나의 이야기

고향들녘에 가다

고향하늘 별들이 2022. 7. 31. 04:29

고향 들녘에서는 이맘때쯤 초록 물결이
시오리 밖까지 펼쳐져서 바람이 걸어오면
벼들은 어깨춤을 추며 피아는 소리를 냈다
참새들은 그위를 날아다니며 벼가 익기를 
기다리고 피사리하던 엄니도 논두렁에 앉아
따갑게 내리는 블볕도 하늘의 은덕이라고
고마워하시며 땀을 닦으셨다
허수아비를 만들어 세우며 벼들이 탈 없이
여물기를 바라며 엄니 손은 굽어갔다
구불구불하던 논두렁이 반듯해지니
구름 그림자도 살금살금 넘어가고
예배당 종소리를 들녘으로 퍼져나가
벼들은 싱싱하게 은혜로이 자랐다
들녘에선 새 쫒는 소리에 데부뚝 물도 
힘차게 벼 허리를 통통하게 세웠다
벼꽃이 초롱초롱 매달리며 하얗게 피어나면 
바람도 살살 지나가고 태풍도 비켜가고
농사는 풍년이 되어 바심할 때
엄니는 눈시울 붉히며 감사 기도 드리셨다
고향 들녘은 하늘과 벼들과 엄니가 이룬 걸작
신작로에는 달구지 바퀴 수만큼이나
질긴 뱁쟁이가 거침없이  자라고 그 길 따라 
신나게 자전거 발통을 굴리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 칠 남매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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