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고개숙인 그대 얼굴 보려고 엎드려서 올려다 봅니다 젊디 젊은 고운 얼굴 하늘 뜻 다소곳이 품고 땅에 귀를 기울이는 듯 진빨강빛 부드러운 뺨을 감춘 모습 하늘을 훔쳐 본 죄스럼입니까 굽은 등에 내리는 햇살로 눈부십니다. 나의 이야기 2016.03.19
행복한 노인 설레이는 마음으로 아침 창을 열며 오늘은 어떤 작은 앎이 기다릴까 날이 갈수록 아빠 엄마를 그리워하며 용서를 빌면 사랑의 기쁨에 눈물이 나고 무심했던 스승의 말씀이 생각나면 겸손한 마음이 되어 죄송하고 말 한마디에 떠나간 벗이 떠오르면 화해의 문으로 따뜻한 바람이 온다 밖.. 나의 이야기 2015.12.27
소박한 삶 시간이 소모된 것도 힘을 탕진한 것도아니다 다른 길은 몰라 지칠 때까지 질주해야 했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다 보니 몹쓸 짓은 할 새가 없었다 이룬 것 없고 얻은 것 없는 삶도 고마우니 행복한 사람 함께 걸어온 이가 있으니 축복받은 사람 남에게 잘보이려 한 것만으로도 애쓰며 .. 나의 이야기 2015.12.21
감사송 눈을 주시어 만드신 아름다운 세상을 보게 하시고 그 안에 작은 것도 만나게 하시니 보는 눈이 날로 깊어갑니다 귀를 주시어 들려 주시는 온갖 소리 안에 계시는 당신의 조용한 음성 듣게 하시니 마음이 날로 고요해집니다 입을 주시어 당신의 말씁에 응답할 수 있게 하시니 흠숭한 마음.. 나의 이야기 2015.12.21
북비 남향 집을 짓고도 북쪽을 향하여 대문을 내고 한평생 님 향한 그리움 안고 초야에 묻혀 살다간 사람 위험을 무릅쓰고 왕명을 어기며 어린 이산을 업고 뒤주속 사도세자에게 데려간 사람 이산이 정조가 되어그를 찾았으나 이미 세상을 떠난 후 그 인정과 충절의 기개로 불타오르는 혼이 .. 나의 이야기 2015.12.17
아버지의 유산 겨울을 따듯하게 보낸 이들은 봄이 얼마나 따듯한지를 모른다 겨울 새벽에 거리를 쓸고 있는 아버지 얼어붙은 새벽에 바닷가 어시장에서 물고기를 흥정하는 아버지 야근을 하고 새벽 버스안에서 졸고 있는 젊은 아버지 저녁 어스름까지 못 다 판 물건을 주섬주섬 정리하는 아버지 하얗.. 나의 이야기 2015.12.17
호숫가에서 온 몸을 열어 하늘 향하고 있는 그의 눈빛은 늘 젖어있다 나를 넣고도 흐려지지 않을 것 같은 그의 맑은 눈동자도 가끔은 눈시울 붉힌다 내가 절망할 때 내가 슬퍼할 때 내가 아플 때 그의 연민의 눈빛이 구름에 가리울 때는 나를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지 하늘을 보면 안다 나의 이야기 2015.12.17
낙엽 2 설레이며 신기해 하던 여린 눈빛이 담긴 고뇌하며 흔들리던 초록빛 꿈도 새겨진 방황하며 울부짖던 팔월의 태풍에 저질러 놓은 꽃빛보다 찬란한 아롱진 사연이 새겨진 몸으로 서릿바람을 끌어 안고 달려온 가을 끝자락에 의지해 산모롱 구석진 햇살 아래 고요히 영면에 든다 하늘이여 .. 나의 이야기 2015.12.17
오래된 소나무 오래된 소나무가 휘어져서도 당당하고 너그럽고 기품있는 것은 성질이 곧아 굽힐 줄 몰라 어려서 칡넝쿨에 감겨서도 살아남느라 뒤틀린 모습 그대로 하늘길 찾으며 올곧게 큰 줄 어린 나무 다듬어 줄 때 알았다 어려서 너무 어려서 넝쿨에 감겨 여린 가지는 뒤틀리고 잎새도 막막하여 숨.. 나의 이야기 2015.12.17
홀로가는 길 외로워야 한다 외로움을 즐기며 혼자 놀줄 알아야 한다 외로움이 깊어지면 작아서 스쳐 지나치던 벗들이 온다 소나무 낙엽은 실낟같이 빛나고 다람쥐가 흘리고간 도토리가 낙엽 위에서 말을 걸어 온다 솔잎도 홀로라서 하늘을 보았고 도토리도 외길로 구르다 겨울을 만났노라고 모두 홀.. 나의 이야기 2015.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