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고개숙인 그대 얼굴 보려고 엎드려서 올려다 봅니다 젊디 젊은 고운 얼굴 하늘 뜻 다소곳이 품고 땅에 귀를 기울이는 듯 진빨강빛 부드러운 뺨을 감춘 모습 하늘을 훔쳐 본 죄스럼입니까 굽은 등에 내리는 햇살로 눈부십니다. 나의 이야기 2016.03.19
북비 남향 집을 짓고도 북쪽을 향하여 대문을 내고 한평생 님 향한 그리움 안고 초야에 묻혀 살다간 사람 위험을 무릅쓰고 왕명을 어기며 어린 이산을 업고 뒤주속 사도세자에게 데려간 사람 이산이 정조가 되어그를 찾았으나 이미 세상을 떠난 후 그 인정과 충절의 기개로 불타오르는 혼이 .. 나의 이야기 2015.12.17
아버지의 유산 겨울을 따듯하게 보낸 이들은 봄이 얼마나 따듯한지를 모른다 겨울 새벽에 거리를 쓸고 있는 아버지 얼어붙은 새벽에 바닷가 어시장에서 물고기를 흥정하는 아버지 야근을 하고 새벽 버스안에서 졸고 있는 젊은 아버지 저녁 어스름까지 못 다 판 물건을 주섬주섬 정리하는 아버지 하얗.. 나의 이야기 2015.12.17
호숫가에서 온 몸을 열어 하늘 향하고 있는 그의 눈빛은 늘 젖어있다 나를 넣고도 흐려지지 않을 것 같은 그의 맑은 눈동자도 가끔은 눈시울 붉힌다 내가 절망할 때 내가 슬퍼할 때 내가 아플 때 그의 연민의 눈빛이 구름에 가리울 때는 나를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지 하늘을 보면 안다 나의 이야기 2015.12.17
낙엽 2 설레이며 신기해 하던 여린 눈빛이 담긴 고뇌하며 흔들리던 초록빛 꿈도 새겨진 방황하며 울부짖던 팔월의 태풍에 저질러 놓은 꽃빛보다 찬란한 아롱진 사연이 새겨진 몸으로 서릿바람을 끌어 안고 달려온 가을 끝자락에 의지해 산모롱 구석진 햇살 아래 고요히 영면에 든다 하늘이여 .. 나의 이야기 2015.12.17
오래된 소나무 오래된 소나무가 휘어져서도 당당하고 너그럽고 기품있는 것은 성질이 곧아 굽힐 줄 몰라 어려서 칡넝쿨에 감겨서도 살아남느라 뒤틀린 모습 그대로 하늘길 찾으며 올곧게 큰 줄 어린 나무 다듬어 줄 때 알았다 어려서 너무 어려서 넝쿨에 감겨 여린 가지는 뒤틀리고 잎새도 막막하여 숨.. 나의 이야기 2015.12.17
홀로가는 길 외로워야 한다 외로움을 즐기며 혼자 놀줄 알아야 한다 외로움이 깊어지면 작아서 스쳐 지나치던 벗들이 온다 소나무 낙엽은 실낟같이 빛나고 다람쥐가 흘리고간 도토리가 낙엽 위에서 말을 걸어 온다 솔잎도 홀로라서 하늘을 보았고 도토리도 외길로 구르다 겨울을 만났노라고 모두 홀.. 나의 이야기 2015.12.17
혼돈의 바다가 되다 귀로 들어서 모아지고 눈으로 보아서 많아진 소리와 풍경이 차여서 늘 일렁이는 바다 무엇하나 또렷이 나타나지 않고 무엇하나 보석이 되지 못한 말들 언어들 소리들이 마음의 바다에 모여 내 삶을 흔들어대는구나 무엇을 위하여 칠십 여년 시간을 헤매였나 혼돈의 바다 속을 헤적이며 .. 나의 이야기 2015.12.16
밤비 소리 유년의 기억들이 어둡고 축축한 시간을 밟고 가며 기억의 덮개를 벗긴다 담장 위 호박 넝쿨은 초록빛 한 발 더 내딛고 장광으로 부엌으로 바쁜 엄니 발걸음 양철 지붕 위에 장식을 매달던 아버지의 손길 유년의 기억 밭에 사근사근 조근조근 그만그만하게 내려와 채송화 얼굴 씻겨주고 .. 나의 이야기 2015.11.09
나이테 손주가 태어나서 걸음마 할 때부터 할아버지는 머리에 자를 대고 기둥에 금을 긋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층층이 금이 그어지고 고놈 쑥쑥 잘도 자라는 구나 손주 넷 차례대로 키를 재서 사랑을 담아 긋고 날짜를 적는다 열한 살 아홉 살 여덟 살 다섯 살 거실 한쪽 기둥에는 기운이 쇠하.. 나의 이야기 201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