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거기에 삼 년 전 그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베드로 성전 광장 말씀을 선포한 교황도 무거운 몸을 절며 성전 안으로 들어가고 모여 있던 신자들도 떠났는데 텅 빈 광장에 홀로 계신 예수님 머리에 가시관 쓰시고 두 손이 묶인 채 비를 맞으며 홀로 서 계셨다 삼 년이 지난 지금도 텅 빈 성전 광장을 떠나지 않고 홀로 비를 맞고 계신다 카테고리 없음 2022.11.24
들풀 척박한 곳에서 돌보아 주는 이라고는 아침마다 떠오르는 햇살이고 밤마다 하늘에서 내려 주는 이슬뿐 하늘에서 들려오는 별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땅 밑에서 올려 주는 희망의 속삭임에 춤을 추고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당당하게 꽃을 피운 그대는 하늘과 땅의 귀염둥이 나의 이야기 2022.11.24
내 마음의 두레박 바다 같은 마음 안에 이지 가지 꿈틀대는 기억의 얼굴들 살아오면서 스쳐 지나간 얼굴에서 인연을 맺고 애증의 갈등을 겪은 얼굴까지 눈을 감고 고요히 있으면 나타났다 사라지고 사라졌다 나타나는 내 삶의 어느 곳에서든 나를 도와준 사람들 내가 사랑한 사람들 기도하려 하면 밀물처럼 밀려와 눈에 밟혀 쓰지 않으면 동상 걸릴 것 같아 대책 없이 지면에 그려 놓는다 부끄러운 일들 잊어야 하는 일들까지 내 삶의 귀한 시간이었으니 사랑하고 보듬어 주리라 마음 가장 깊은 데에 있는 평화와 희망의 두레박 싱싱하고 아름다운 기억을 길어 올릴 때까지 주님께서 주신 남은 시간을 기도하며 채워 가리라 나의 이야기 2022.08.03
사경을 헤매였을 때 땅의 신음소리를 들었고 땅이 몸부림치며 뒤틀리는 것을 느끼며 공포와 불안에 떨었습니다 지독한 악취로 정신은 혼미해지고 그 악취는 쓰레기로 부패되어가는 땅의 냄새였으며 내 몸에서도 악취가 나니 숨막힐 듯하여 소리를 질렀습니다 ''살려 주세요 주님'' 아무리 소리질러도 대답이 없었는데 ''너는 살아있다'' '나는 너를 영원한 사랑으로 사랑하였다'' ''깨어나라''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덮치고 회오리바람처럼 낚아채었습니다 저는 광야에서 은혜를 입었습니다 감사할 일만 남았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나의 이야기 2022.08.03
하루하루를 주님의 은총으로 일상이 단조롭고 평범해도 마음이 버그적거리지 않음을 감사드립니다 들려오는 나라 이야기도 보이는 요상한 장면들도 세상에 있을 수 있는 온갖 일들이니 주님께서 도두 침묵하고 계시니 제가 어찌할 수 있겠습니까 잠자리에 들 때 기도하며 잠들고 새벽에 일어날 때 기도하게 초대해 주시니 얼마나 큰 은혜이옵니까 꿈속에서 보여 주시고 말씀해 주시니 제가 마음이 어떠한지 알게 해 주심으로 은총이옵니다 오늘도 허락하신 하루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감사드리며 살게 하소서 나의 이야기 2022.08.02
내 영혼아 찬미하여라 길바닥에 있는 돌멩이 하나도 바닷가에 모래알 하나도 그냥 있는 것이 아닌데 천지 창조 이래 부서지고 닳아서 내려오며 깎여서 지금 거기에 그렇게 있는데 하느님의 영을 지닌 사람도 그가 알거나 모르거나 찰나를 거듭하여 아직도 그 영을 지니고 있거늘 바위로 있든 돌맹이로 있든 모래로 있든 모두 귀한 존재인데 나는 겉만 보고 집착하고 흔들리고 귀한 시간을 흘러 여기에 있구나 구르며 깎가고 부딪치며 깨졌어도 주님께서 주신 거룩한 영은 다치지 않고 그대로 있으니 내 어찌 나의 하느님을 찬미하지 않으리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찬미하는 것이다 내 영혼아 주님 안에서 감사하고 기뻐 찬미하여라 나의 이야기 2022.08.01
고향들녘에 가다 고향 들녘에서는 이맘때쯤 초록 물결이 시오리 밖까지 펼쳐져서 바람이 걸어오면 벼들은 어깨춤을 추며 피아는 소리를 냈다 참새들은 그위를 날아다니며 벼가 익기를 기다리고 피사리하던 엄니도 논두렁에 앉아 따갑게 내리는 블볕도 하늘의 은덕이라고 고마워하시며 땀을 닦으셨다 허수아비를 만들어 세우며 벼들이 탈 없이 여물기를 바라며 엄니 손은 굽어갔다 구불구불하던 논두렁이 반듯해지니 구름 그림자도 살금살금 넘어가고 예배당 종소리를 들녘으로 퍼져나가 벼들은 싱싱하게 은혜로이 자랐다 들녘에선 새 쫒는 소리에 데부뚝 물도 힘차게 벼 허리를 통통하게 세웠다 벼꽃이 초롱초롱 매달리며 하얗게 피어나면 바람도 살살 지나가고 태풍도 비켜가고 농사는 풍년이 되어 바심할 때 엄니는 눈시울 붉히며 감사 기도 드리셨다 고향 들녘은 하늘과.. 나의 이야기 2022.07.31
힘 고통에 몸부림치며 견디어 온 것은 신앙의 힘이었습니다 저를 붙잡아 일으켜 바로 세워 주시고 걷게 하시고 입을 열어 주셨습니다 남이 입다 버린 옷을 입어도 부끄럽지 않으니 먹다 남은 음식도 먹으렵니다 등 뒤에서 비난의 소리가 들려와도 개의치 않으렵니다 주님께서 보잘것없는 저를 당당하게 세워 주셨으니 이제 제 마음을 들여다보던 눈을 들어 사람들에게 무심했던 길을 멈추고 남루한 옷을 걸치고라도 거리로 나가렵니다 가르쳐 주시는 대로 말하고 행해도 주님께서 함께 하시니 쭈빗거리지 않으렵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제 의견을 말하렵니다 제 자신 낮추는 것 보다 더 어려운 이 일에도 신앙의 힘이 더 필요합니다 이 은혜의 때 기도의 방향을 바꾸렵니다 나 하나만 생각하던 삶에서 이웃을 바라보는 삶에 힘을 주시기를 기도합니.. 나의 이야기 2022.07.30
죽으면 살리시고 꺼져가는 등불도 마저 끄고 상한 갈대도 꺾어서 마음 밑바닥에 묻고 어름 돌을 얹어 다시는 울지 않기로 강물에 던져 보냈는데 눈물도 마르고 연민의 눈빛도 사라져 주님을 믿는다고 고백했던 마음은 죽어서 거짓말을 하면서도 웃고 냉소도 즐겼는데 마음은 또 다시 사막이고 마음은 허허벌판 목마르고 허기져서 주님을 부르며 잃어버린 십자가를 찾으며 어름 돌의 무게를 그리움으로 깨부수고 기도로 주님을 향해 울부짖었더니 바보 나의 주님은 다시 사랑의 샘을 만드시어 생명수가 솟아나게 하시고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십니다 간사한 제가 버릇처럼 당신을 부르면 마다하지 않고 나타나시니 주님은 저의 주인이십니까 종이십니까 어찌할 줄 모르는 저에게 ''나는 영원히 사랑하지 않고는 존재하지 않노라'' 하십니다 사랑의 주님 저의 하느님 .. 나의 이야기 2022.07.29
사람을 통하여 가르쳐 주시는 주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님을 잊고 살면 영락없이 사람을 통하여 꾸짖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그런데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쇠퉁부리며 자책하다가 유행가를 들으며 속풀이 하면 그 내용 안에서 당신의 목소리를 듣게 하십니다 꿈속에서도 버스를 타고 교회로 가는데 일그러지고 부서지고 더러운 낡은 의자에 앉으라고 하십니다 사랑의 주님 제가 앉은 일그러진 의자에 함께 앉아 주시니 기꺼웁니다 마음이 상할 때 더욱 가까이 계시어 느끼게 해 주시니 저는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끊임없이 제 마음 살피시고 새롭게 해 주시니 어떻게 당신을 찬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찬미받으소서 나의 주님 예수님 나의 이야기 2022.07.28